등산객과 바위산의 소나무-안현근
저쪽 산야는 참 아름다워요 하늘도 아름답고 구름도 아름답고 바람도 부드러워요 땅도 기름지고 물도 풍부하고
저기에 사는 수풀은 참 행복하겠지요 나도 저런 곳에서 태어났으면 삶이 달랐을 텐데 나 좀 저쪽으로 옮겨 줄 수 있나요 멀리서 보면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지 저쪽에서는 여기를 아름답다고 한단다 그래도 저쪽에서 살고 싶어요 저쪽은 아랫것들이 사는 곳이란다 싸움이 심한 곳이지 여기는 같은 수풀끼리는 싸우지 않잖아 왜 같은 수풀끼리 싸우나요 햇빛 차지하려고 물 차지하려고 땅 차지하려고 충분할수록 더 싸운단다 여기는 하늘과 싸우고 햇빛과 싸워요 옆에 같이 자라던 수풀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나만 살아 있잖아요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면서 굶어 죽었습니다 늦게 내린 소낙비 흠뻑 맞으며 말라 죽었습니다 찬바람이 몰고 온 흰 눈을 입고 떨다가 얼어 죽었어요 하늘과 햇빛과 싸워서 이기느냐 못 이겨도 싸워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순종하지 그래 순종해도 소용없어요 빌지는 않느냐 기도는 바위가 하지요 무슨 기도 ? 생명이 되지 않기를 내가 말하마 생명을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잔인한 것이라고 생명은 힘든 것이라고 나는 아랫것들이니 저 아래로 다시 내려가야 한단다 살아 있든 죽어 있든 또 만나자 살아 있을 때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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