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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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회(2022.1)
Level 10   조회수 14
2022-02-03 13:53:31

 

 *장은미

*장르 : 시

 

[당선 소감]

 

마침내 시를 찾았다

 

 

눈이 내렸다. 첫눈이 내렸다는데 창밖 풍경은 추위만 둘러쓴 그저 그런 겨울이었다.

설거지를 끝내고 방을 닦으려고 걸레를 빠는데 가슴이 답답해졌다. 낡고 후줄근한 바지, 보풀 일어난 스웨터 차림 그대로 모자를 눌러쓰고 코트에 몸을 감추었다. 천변로를 걷는데 머릿속에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무등을 바라보니 첫눈 내린 천왕봉에서 아버지가 나를 부르고 계셨다. 아버지 손을 잡고 길게 이어진 산책로를 걸었다. 아버지가 시를 읊조리셨다.

 

무등산이 지척인 카페에 앉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점심때가 되자 더러는 카페로 들어와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무심하게 앉아 끼적거리는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시가 생각났다. 잃어버린 시도 되찾아 가방에 집어넣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오래 전부터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 한 채 갖는 것을 소망했다. 아직 집은 짓지 못하고 시를 지어 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갑작스럽게 얻은 시인이라는 무게가 내 삶의 그것만큼 묵직하다. 삶은 언제 또 나의 언어들을 바다 깊숙한 곳에 묻어버릴지 모른다. 그러더라도 오늘은 이제 그만 자리를 털고 나가야겠다.

 

새 이름을 주신 한비문학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