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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빈자리/김중영2020-09-08 13:14
작성자 Level 10

빈자리/김중영


삶이

죽음 잊으니

죽음으로

삶을 가르친다

 

타고 남은 흰 조각

화염이 남긴 빈자리

걸어갈 길 가리킨다

 

바람으로 뜨거운

저녁노을

허공에 모여

영혼을 부르는 생의 노래가

하늘에

그림자로 머문다


 

삶이/죽음 잊으니/죽음으로 삶을 가르친다

사람은 지혜를 가지고 있지만 가지고 있는 지혜의 오만으로 무지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로 곁에 죽음을 두고도 인식하지 못하고, 타인의 죽음을 대하고도 자신의 마지막은 생각하지 않는다.

김중영 시인은 <빈자리>에서 죽음이라는 어둠 속에서 발광하고 있는 겸허한 삶, 깨어있는 삶에 대하여 죽은 이들을 통하여 역설하고 있다.

죽음을 곁에 두고 죽음을 대하고 살면 화염이 남긴 빈자리에서도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듣고 죽은 자의 의지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생의 빈자리는 마련되어 있다.

그 빈자리에서 환생하는 것은 죽음을 곁에 두고 동반하면서 덜 익은 어둠에서 벗어나 깨어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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