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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국화 앞에서 - 김재진2022-06-14 14:07
작성자 Level 10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 

묵묵히 견디어내는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