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창작방
Home / 작가 창작방
글쓰기는 상단 [카테고리]에서 해당하는 장르를 선택하여 글을 쓰면 됩니다.<운문, 산문>
사진이 들어가는 글은[사진이 있는 창작시/에세이]게시판에 올리세요
창작방과 연관없는 글을 올릴 경우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위 항의 글을 3회 이상 올릴 경우 글 올리기가 중단됩니다-
제목품앗이-김영태 2020-07-03 18:21
카테고리산문
작성자 Level 10

우리말에 품앗이라는 말이 있다. 농경 시대 농번기에 일손이 딸리거나 관혼상제 때 품을 도와주는 것으로, 사전적 의미로는 서로 품을 교환하다는 뜻이지만 꼭 베푸는 것만큼 보답하지 않아도 베푼 쪽에서 억울해 하거나 언짢아하지 않았다. 품앗이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바로 보여주는 것으로  나눔과 베풂 그리고 이해와 관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현대로 오면서 노동이 돈의 가치로 변화되고, 사회생활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고 가족 구성이 대가족에서 핵가족 이제는 단독가족으로 변하다 보니 품앗이라는 말이 쓰일 일이 거의 없다. 누구나 가끔 여기저기 관혼상제에 참석하기는 하지만 몇 푼 돈을 건네고 얼굴 도장 찍고 밥을 먹고 오는 것으로 품앗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품앗이는 노동의 나눔도 있지만 서로 정을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는 것으로 현대에서 품앗이가 사라지고 나니 서로 은근하고 포근한 정을 마음으로 나누는 기회가 적어져 나만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집집이 담장이 높아지고 개인지상 주의가 팽배하여 자기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군이 되는 극단적인 생활 양상으로 치닫게 되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모든 것이 학연, 지연, 혈연 심지어는 회사, 단체로 까지 번져 극단적인 대립의 구도를 가지게 되었다.
 담장이 높아지는 것은 폐쇄를 뜻하고 폐쇄는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화합을 모르고 편협하고 이기적인 생활에 안착하는 것으로, 자신만의 영역 안에서 '나만'이라는 극도의 개인주의로 발전하여 이러한 '나만'이 획일적인 공간, 획일적인 생활양식에 길들어 높은 담장, 획일화된 생활양식이 이해타산이 맞는 끼리의 목소리로 발전하여 사회 곳곳이 이들이 휘두르는 목소리로 가득하고 이해와 타협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이들 '끼리' 속에서도 끼리의 영역이 다시 발생하여 단체에 돌을 던지거나 뜻을 같이했던 사람을 배출하고 헐뜯는 짓을 스스럼없이 저지른다.
 많은 사회 문제가 단절된 공간의 시작으로 발생한다는 것이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대두하자 몇 년 전부터 담장 허물기가 시작되었다. 공공기관을 비롯하여 학교, 아파트, 개인주택까지 담장을 허물고 폐쇄되었던 공간을 함께 어울리고 나누게 하였지만 오랫동안 길든 개인주의는, 사생활 침해 주차 문제 등으로 다시 담장 허물기에 제동을 걸고 있다.
 담장 허물기는 단순히 벽을 허무는 것으로는 안된다. 우리가 잊고 있던 공동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근본이 되는 품앗이 마음을 가지고 와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벽을 아무리 부순다 한들 마음의 벽을 허물지 못하면 담장 허물기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만다.
 품앗이는 서로에 대한 소통이자 이해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챙기고 아끼는 마음이다. 남을 아끼고 이해하는 것이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집합 생활은 구획을 짓는 벽이 없어야 한다. 남을 헐뜯고 비하하기 전에 나를 돌아보고 내 마음이 벽부터 허물어야 진정한 공동생활이 이루어진다.
 내가 남을 버리면 상대 역시 나를 버리게 되어있다. 함께 웃음을 나누고 손을 잡아도 마음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진정으로 상대를 위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은 각자의 섬에서 홀로 있는 것과 진배없다. 나만 소통되는 구역은 나를 홀로 가두는 무인도와 같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버리고 혼자서 잘나고, 혼자서 잘 살면 무슨 의미가 있고 삶의 재미가 있겠는가, 남을 탓한다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가 먼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상대에게 품앗이를 하면 '탓'이 바라는 것이 되어 돌아온다.
 8월은 날씨만으로도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이때에 내가 먼저 마음의 빗장을 풀어 놓고 기다린다면  상대의 마음이 한 줄기 시원한 바람 되어 내 마음의 정원을  찾아와 거칠고 메말랐던 정원을 그늘 가득한 푸른 숲으로 이루어 놓을 것이다. 그 숲의 그늘에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모두의 8월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원고 투고 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