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기를 행복은 가진 것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욕심 없이 편안하게 사는데 있다고 한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행복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겁게 사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정신으로 편하게 살고 싶은 것은 글쓰기이기 때문에 글을 쓰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글쓰기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자질(資質)도 부족한데다 갈수록 기억력은 희미해지고 몸은 짐을 진 것처럼 무거워져 갈등만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잡초 속에 숨어있는 작은 풀꽃만 보아도 감동하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밤새도록 떨고 있을 새들을 생각하며 잠을 설칠 때가 많은 사람이다. 그와 같은 감정이 없었더라면 책은커녕 어쩌면 글 한편도 쓰지 못했을지 모른다.

길을 모르면 물어가면 되지만 글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자력으로 써야 되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저자의 머리글>일부

국배판 ㅣ 반양장 ㅣ 330페이지 ㅣ 30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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